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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방상훈 사장 창간 100년 기념사 전문] “아크 도입과 함께 디지털 비전 여는 元年 될 것”
이름 관리자
날짜 2020/03/05

사원 여러분,


100년 전 오늘, 선배들은 일제 강점기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조선일보 창간이라는 작은 등불을 켰습니다. 빼앗긴 나라 이름 ‘조선’을 제호로, 우리 민족의 언어인 ‘한글’로 쓴 신문이었습니다.
100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 엄청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균열을 겪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회 갈등을 슬기롭게 조정하고 국민 모두가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작은 등대가 되어야 합니다.

3·1 운동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 조선일보는 창간 첫해인 1920년 3·1 운동으로 투옥된 민족대표들의 옥중 인터뷰와 법정 진술을 보도하며 민족의 독립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히로히토 왕세자 암살을 계획했던 박열 선생의 법정 투쟁도 무려 70여 차례에 걸쳐 알렸습니다. 사형선고를 받은 박열 선생이 만세를 불렀다는 이야기는 조선일보의 기사로만 유일하게 남아 있습니다. 기사 압수와 정간을 수없이 당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는 전통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100년간 독립, 남북 분단과 6·25의 비극,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우리 겨레의 험난한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나라 잃은 설움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신음하던 동방의 소국(小國)은 두 차례의 올림픽을 개최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놀라운 성공의 역사를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지켜봤고 기록했습니다.

사원 여러분,
우리나라에서 100년을 이어온 언론은 조선일보가 처음입니다. 100년 언론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역사라고 자부합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열두 명의 대통령이 있었고, 수많은 정치권력이 명멸했습니다.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권력에 야합해 이익을 꾀하지 않았습니다. 정치권력은 물론, 재벌과 이익집단 등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정론직필의 정신을 지켜왔습니다.

1964년 박정희 정부가 언론 통제를 위해 통과시킨 언론윤리위원회법을 끝까지 반대했고,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 사건을 상세히 보도해 서슬이 시퍼런 유신 체제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조선일보가 가장 많이 읽는 신문,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의 위상을 지키는 것도 진실의 수호자인 언론의 역할에 모두가 혼신의 노력을 쏟은 덕분입니다.

사원 여러분,저는 95주년 창간 기념사에서 통일을 말했습니다. 100주년은 통일 대한민국에서 맞이할 수 있기를 염원했습니다. 통일과 나눔 재단을 출범시키고 무려 170만 명이 참가한 모금 캠페인을 벌이며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통일은 여전히 우리의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앞으로도 우리 민족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주도할 수 있는 통일을 위해 언론으로서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을 돕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도 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사원 여러분,
올해는 아크(ARC) 도입과 함께 우리가 새로운 디지털 비전을 여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세계는 이제 디지털을 넘어 데이터 경제(Data Economy)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접속된 수많은 기기들은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통찰력 있게 분석하느냐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미디어 산업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텍스트와 영상 등 콘텐츠의 융복합화가 가속되고, 뉴스의 형태와 유통방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형 포털 외에도 새로운 도전자들이 끊임없이 생겨날 것입니다. 아크는 조선일보가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헤쳐나가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더러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100년 동안 우리가 쌓은 지혜와 우리 조선일보 가족들의 열정으로 어떠한 난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원 여러분,
하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아야 할 게 있습니다. 지난 100년이 그랬듯, 앞으로 100년에도 사실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권력을 비판하고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존재 이유입니다.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의 궤변처럼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치우치지 않는 정론직필의 기자 정신과 지성을 갖춘 언론은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유일한 보루입니다.

신뢰할 수 없는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요즘이야말로 진실보도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편리함이 진실보도의 숭고함을 결코 가릴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조선일보에 났으니 불편해도 사실일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기자는 정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정신과 전문성을 갖춘 기자들은 60세, 70세가 넘어도 현장을 누비며 좋은 기사와 칼럼을 쓸 수 있습니다. 더 다양해진 플랫폼은 기자들이 정년 없이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회사에서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사원 여러분, 그리고 조선일보에 헌신했던 선후배님들,
조선일보가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문으로 자리매김한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랫동안 조선일보와 함께 해주신 독자와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성원에도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 조선일보 100년을 축하합시다. 오늘부터 새로운 한 세기를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딥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