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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28회 방일영국악상 김일구 명창 수상… “국악계의 노벨상 받았으니 큰절 올립니다”
이름 관리자
날짜 2021/11/25

“광대라 하는 것은 제일은 인물치레, 둘째는 사설(辭說)치레, 그 지차(之次) 득음이요, 그 지차 너름새라.”

25일(목)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28회 방일영국악상 시상식. 수상자인 김일구(81·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 예능 보유자) 명창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순식간에 시상식장은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김 명창이 직접 작창(作唱)한 단가 ‘광대가’였다. 진행을 맡은 김성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통성(배 속에서 통째로 뽑아내는 창법)으로 하시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소름이 끼치고 감격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1994년 ‘국악의 해’를 맞아 제정된 방일영국악상은 한평생 국악 전승과 보급에 힘쓴 명인과 명창에게 수여하는 국내 최고 권위 국악상이다. 김 명창은 수상 소감에서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대대손손 간직하고 지켜야 하는 판소리와 산조라는 전통이 있다. 스승들께 물려받은 소중한 전통을 후배들도 이어 가달라”고 당부했다. 명창은 몸짓 하나도 발림(극적 전개를 돕기 위한 동작)이었고, 수상 소감도 아니리(판소리의 사설)였다. 그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말을 하면 제가 더듬는데 큰일 났네”라는 능청스러운 인사말로 객석에 웃음을 불어넣었다. 그 뒤 “오늘 ‘국악계의 노벨상’을 받았으니 큰절 올리겠습니다”며 직접 몸을 숙이자 객석의 박수갈채도 더욱 커졌다.

김 명창은 판소리 ‘적벽가’는 물론, 아쟁 산조와 가야금 산조까지 두루 능한 국악계의 르네상스인이다. 1979년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아쟁으로 기악부 장원에 오른 뒤 1983년 같은 대회 판소리 명창부에서도 대통령상을 받았다. 국악계의 별명도 ‘삼재(三才)’. 판소리·아쟁·가야금에 모두 능하다는 의미다. 김 명창의 부인인 김영자(70) 명창도 무형문화재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국악계의 ‘첫 부부 무형문화재’다. 두 아들과 며느리도 판소리와 아쟁을 전공한 ‘국악 가족’이다. 이날 축하 무대에서 부인 김영자 명창은 월매 역, 아들 김도현씨는 어사 이몽룡역, 며느리 서진희씨는 향단 역으로 ‘춘향전’ 가운데 어사 상봉 대목을 함께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