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주관한 제21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지난 12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센터에 열렸다. ‘도전과 희망’을 주제로 지난 11부터 14일까지 열린 올해 만해축전의 대표 행사였다.
만해대상은 지난 1997년 만해 한용운(韓龍雲·1879~1944) 선생의 평화 사랑, 민족 사랑, 문화 예술 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설악산 신흥사 조실(祖室)인 설악 무산 스님이 주축이 된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주관해오다 지난 2014년부터 본사가 주관하고 있다. 상은 ‘평화’, ‘실천’, ‘문예’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올해 평화대상은 시리아 내전 현장에서 지난 3년간 10만명을 구조한 구호 단체 ‘하얀헬멧’이 받았다. 실천대상은 세계적인 생태학자이자 인간과 동물, 자연의 공존을 설파해온 평화사상가 제인 구달 박사가 수상했다. 문예대상은 한국시인협회 회장인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와 미국 내 한국어 교육에 힘쓴 클레어 유(한국명 임정빈) UC버클리 한국학센터 상임고문이 공동 수상했다.
만해축전 총재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법어를 통해 “해마다 8월이면 한국의 작은 산골마을 인제에 지구 상의 위대한 영웅들이 모인다”며 “만해대상을 수상한 분들은 세계를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보살”이라고 했다. 심사위원장인 본사 강천석 논설고문은 “수상자 선정이 이번 시상식처럼 논란 없이 빠르게 결정된 적은 처음”이라며 “자기 목숨을 바쳐 타인을 구하는 하얀헬멧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넘어 생태계 전체의 유대를 위해 직접 전 세계를 뛰어다니는 제인 구달 박사 등 수상자들의 공적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시상식은 신달자 시인의 축시 낭송과 만해의 생애를 정리한 영상 관람 등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이날 시상식을 전후해 비극적인 사건이 알려졌다. 하얀헬멧 대표 라이드 알 살레가 시상식장에 도착하기 직전 시리아에 있는 하얀헬멧 동료 7명이 피살됐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내전 현장에서의 구조작업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는 시상식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지만, 준비한 수상소감을 차분히 발표했다. “전쟁은 삶을 무너뜨렸고 인간성을 흐렸습니다. 절망에 맞서기 위해 2013년 무렵 하얀헬멧이 결성됐습니다. 약 100년 전 만해 선생이 옥중에서도 글이라는 비폭력 활동으로 한국인에게 희망을 줬듯이, 하얀헬멧도 총이 아니라 ‘들 것’을 선택하며 구조 활동을 통해 시리아인에게 희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날 시상식에는 각계 인사 5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근배, 이건청, 신달자, 감태준, 이준관, 이영춘 시인과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한국시인협회와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 100여명 등 문화예술인과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한보광 동국대 총장, 정만호 강원도 부지사, 이순선 인제군수, 윤승근 고성군수, 주호영·황영철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