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임방울국악제 대상에 소리꾼 최잔디씨 ‘영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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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관리자 | ||
날짜 | 2022/10/22 | ||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 중에 빠져 죽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어서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 10월 17일 광주광역시 빛고을시민문화관. 제30회 임방울국악제(주최 광주광역시·특별후원 조선일보사) 판소리 명창부 마지막 참가자로 나선 소리꾼 최잔디(34·사진)씨는 ‘심청가’ 가운데 ‘심 봉사 눈뜨는 대목’을 부르다가 무대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딸의 간절한 효심이 끝내 기적을 일으키는 절정 대목에서 애끊는 절창을 토해내자, 예향(藝鄕) 광주의 귀명창들도 “아이고” “얼씨구”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경연 직후 심사위원단 평가에서도 총점 493점(평균 98.6점)의 최고점으로 대상(대통령상, 상금 4000만원)을 받았다. 제30회 임방울국악제가 10월 14~17일 나흘간 빛고을시민문화관 등 광주광역시 전역에서 열렸다. 방일영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최우수상(방일영상, 상금 2000만원)은 이소영(39)씨가 받았다. 임방울국악제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한(恨)을 소리로 달랬던 임방울(1905~1961) 명창의 예술혼을 기리는 국악 축제다. 명창부·일반부·학생부 총 122명에게 1억8000만원을 시상하는 국내 최대 국악 경연 대회다. 올해 대상 수상자인 최잔디씨는 수상 소감에서 “오늘 대회에 오시지 못한 아버지가 그 누구보다 생각난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딸의 소리를 응원해 왔지만 현재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는 “제가 노래할 적마다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참석하셔서 대형 카메라로 찍어 주셨던 아버지께서 오늘만큼은 안 계신다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북받치고 격해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20년간 임방울국악제에서만 네 차례 수상하며 이 대회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2년 제6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중등부에 처음 나가서 금상(광주광역시교육감상)을 받았다. 고교 3학년 때인 2005년에는 다시 고등부에 나가서 금상(광주광역시장상)을 받았다. 지난해 판소리 명창부에 참가해서 ‘방일영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대상까지 20년 동안 이 대회와 차례로 인연을 맺었다. 최씨는 “그리 길지 않은 제 ‘국악 인생’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임방울국악제를 통해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방일영상(최우수상)을 받은 이소영씨는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생 때부터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서 전북 전주까지 주말마다 소리 공부를 하러 다녔다. 그래서 어릴 적 별명도 ‘강원도 애기’.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서 토요일 새벽 2~3시쯤 집을 나서면 아침 일찍 전주에 도착했다. 그렇게 주말 이틀간 꼬박 소리 공부를 하고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7년간 거르지 않았다. 그는 “진짜 소리꾼으로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임방울국악제가 든든한 발판이 되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