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8일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렸다. 시 당선자 이린아(30), 단편소설 당선자 명학수(52), 시조 당선자 조성국(60), 동시 당선자 문일지(60), 동화 당선자 허용호(51), 희곡 당선자 정재춘(53), 문학평론 당선자 소유정(26), 미술평론 당선자 안재영(50)씨가 각각 상패와 고료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방상훈 사장, 홍준호 발행인 등 본사 임원과 문정희(시인), 김인숙(소설가), 정수자(시인), 이병훈(연출가), 김명화(연극평론) 등 심사위원을 포함해 100여명이 참석했다. 

명학수씨는 “학원에서 25년간 중·고교생 수학을 가르쳤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느 날 동료들한테 ‘다 그만두고 소설을 쓰겠다’ 했더니, 하나같이 ‘어디 아프니? 죽을 병 걸렸니?’ 하더라. 깨달았다. 소설은 결국 인생 최후의 순간에 빼들어야 하는 보검(寶劍) 같은 거구나.” 

생애를 걸고 벌이는 건곤일척(乾坤一擲). 시상식은 거기서 승리한 중년들의 한바탕 잔치였다. 당선자 중 6명이 50대 이상. 조성국·문일지씨는 ‘58년 개띠’이고, 둘 다 지난해 본심에서 고배를 마신 뒤 올해 역전에 성공했다. “나이가 많아 걱정되겠지만 우리 집안이 장수(長壽) 집안이다. 30년 넘게 꾸준히 쓰겠다.”(조성국) “잊지 못할 순간이 딱 두 번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백일장 장원, 그리고 이번 당선. 수십 년 직장 다니며 한시도 문학을 잊은 적 없다.”(문일지) 마흔 넘어 문학 공부를 시작한 정재춘씨는 “원래 소설 전공이었다가 얼떨결에 희곡으로 갈아탔지만 끝까지 가서 좋은 극작가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허용호씨는 휠체어에 탄 채 소감을 전했다. “스물두 살 때 행글라이더를 타다 착륙이 잘못돼 척추를 다쳤다. 병원서 먹고 자며 간호해준 어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안재영씨의 소감은 아버지를 향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인생 별거 없으니 좋아하는 거 하라’고 하셨다. 이제부터 좋아하는 것 열심히 해보겠다.” 

젊은 피의 포부도 당찼다. “시 쓰는 내내 내 안의 시선과 직면하면서 많이 아팠지만 그 응시를 멈추지 않겠다.”(이린아) “새 옷을 사려고 옷가게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벗어놓은 외투에서 울린 전화가 당선 통보였다. 소중한 옷을 받았으니 이제 그 안쪽으로 손 넣겠다.”(소유정) 

문정희 시인이 격려사를 건넸다. “작가의 칭호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정신으로 글 쓰겠다는 대선언이다. 용이 비늘을 세우고 날개 펴듯 문학의 하늘을 마음껏 비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