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귀하는 기자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있겠지요. 혹은 이미 조선일보의 일원이 되겠노라 굳은 결심을 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 글을 읽고 꼼꼼히, '내가 과연 기자라는 직업이 맞을까?'라는 근본적인 시작점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감히 바래봅니다.
"기자 해볼만한 직업이야". 만나본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십니다. 기자는 꽤 경이로운 직업이기도 합니다. 기자는 記者. 기록한다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는 경이로울 기(奇)가 되기도, 재주 기(技)가 되기도, 남에게 기운을 주는 기(氣)가 되기도, 또 남에게 기생하는 기생 기(寄)가 될 수도 있지요.
특히 대한민국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또 타사 기자들이 인정하는 영향력을 지닌(2023 한국기자협회 설문조사 기준) 조선일보 기자라면 더욱 해볼만한 직업입니다. 본문 조사 하나에 의미가 바뀌고, 단어 하나에 사회가 바뀝니다. 제발 기사를 고쳐달라고 오는 전화를 받는 건 부지기수. 집회에 나가면 "조선이 왔으니 중요한 집회인가보다"며 들리는 수군거림. 다음 날 신문에 "왜 우리 회사는 조선 기사에 없느냐"며 CEO에게 혼났다는 홍보팀 직원들의 하소연을 들으면 더욱 실감나죠.
그러나 저는 귀하께, "과연 내가 기자에 맞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드립니다. 아마 대부분 후기는 "이런 사람이 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텐데, 저는 "이런 사람이 기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첫째, 기자를 왜 하고 싶으냐에 명확히 답할 수 있느냐입니다. 입사 후 한 선배가 "왜 기자가 됐느냐?" 물으셨습니다. 답하지 못했습니다. 선배께선 그러시더군요. "벽에 못이 나와 누군가 다친다면, 못을 망치로 두들겨 벽에 넣는 것이 기자다".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기자라면서 기자가 왜 됐는지 답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마시고, 왜 이 길을 걸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둘째, 나만의 전략 무기가 있느냐입니다. 조선일보 기자들 모두 다른 환경에서,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기자로서 필요한 전략 무기를 보유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을 잘 하고, 누군가는 글을 잘 쓰고, 누군가는 친화력이 뛰어나고, 누군가는 해외에서 여러 경험을 해봤고, 누군가는 외국어를 잘 하고, 누군가는 사회를 향한 시각이 일반인과는 다른 비범함을 보였습니다.
셋째, 무엇인가 포기할 용기가 있느냐입니다. 기자를 택했다면, 무엇인가는 포기해야 합니다. 워라벨일수도, 우정일수도, 애정일수도, 가족일수도 있지요. 저는 기자가 되고 두 가지를 포기했습니다. 워라벨과 우정입니다. 기자에게 '퇴근'은 없습니다. 그냥 몸이 취재현장에서 집으로 갔을 뿐입니다. 밤에도 주말에도 연락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기자입니다. 우정도 흔들렸습니다. 대학교 동기들과의 술자리. 술에 취한 동기가 취기와 광기가 섞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열심히 듣고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동기가 그러더군요. "이러니 기자X들 앞에서 뭔 말을 못 하지"라고요.
이 세 가지 질문에 답을 찾았다면, 이 험난한 길에 도전해볼만한 자격이 주어졌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여러분을 후배로 만나뵙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