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기자가 되려나 고민하며 이 글을 누르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고작 1년차 새내기 기자인 저는 아직 어떤 사람이 기자가 되는지, 어떻게 준비하면 기자가 될 수 있을지 그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다만 곧 그만두겠다고 거의 매일 뇌까리면서도 다음날 아침이면 번번이 전날의 다짐을 뒤집고 신명나게 출근하는 이유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월 3일, 수습기자로 첫 근무를 시작하던 날엔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가본 '지구대'라는 곳에서는 "언론 응대할 사람 없다"며 퇴짜를 맞았더랬죠. 에너지바와 핫팩으로 가득찬 가방, 휴대전화와 명합지갑에 늘어진 양쪽 외투 주머니, 두꺼운 장갑 낀 손으로 든 우산, 그 모든 게 얼마나 성가시던지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나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쌓이면 눈길을 헤치고, 해가 나면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녀야겠다는 걸. '기자'라는 직함이 이름 뒤에 붙는다고 새로운 정보가 하늘에서 떨어질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걸.
그렇게 경찰서와 길바닥을 허위단심으로 쏘다니며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발제한 기사 아이템 취재를 위해 전국 지자체, 은행, 분식집, 초등학교 등 전화를 안 돌려본 곳이 없습니다. '아파트' 취재를 할 때는 10군데 넘는 건설사에 모조리 전화를 하고, '학식' 취재를 할 때는 대학마다 메일을 보내는 식입니다.
취재라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출근길 시민들에게 말을 걸라치면, 그들 눈에 기자는 '도를 아십니까'를 외치는 포교자와 다름 없습니다. 취재원에게 "한 번 찾아뵐 수 있냐"는 문자를 5번 이상 보내도 답장 한 번 없이 무시당하고 나면 내가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 싶어 씁쓸합니다. "그 사실은 알려줄 수 없다"는 취재원의 단언에 한 번만 알려달라고 불쌍한 척 애걸하기도, 왜 알려줄 수 없냐고 따져 묻기도 하며 이중인격자처럼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취재는 어렵고, 사람들에겐 번번이 거절 당해서 기자 일이 재밌습니다. 하대를 즐기는 특이 취향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낯선 시민들과 결국에는 친해져 그들이 나눠주는 삶의 한 부분이 감사합니다. 거절당할지언정 누구에게나 만나자고 청할 수 있어 자유롭습니다. 공개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해 당당히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기자라는 자의식이 든든합니다.
숱한 거절 속에서 느끼는 자유의 쾌감을 함께 즐길 후배님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