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저에게 '오르지 못할 나무'였습니다. 인턴 면접을 볼 때도, 인턴 활동 중에도, 최종 면접을 볼 때도 그랬습니다. 인턴 활동을 하며 "어차피 잠깐 들린 손님이니,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는 데 집중하자"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돌이켜보면 이 마음가짐 덕분에 고용 불안에 힘들어하기보다 인턴 활동을 오롯이 발전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뉴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인턴 기자가 지면에 실릴 아이템을 발제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무참히 '킬' 되는 아이템을 보며 힘들어하기보다 선배께서 주신 피드백을 곱씹으면서, 어제의 피드백을 다시 듣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비록 기사는 안 됐지만, 반지하 침수 피해 취재를 나가 6시간 꼬박 4개의 케이스를 따고 현장을 꼼꼼히 스케치했던 경험은 지금까지 '현장은 자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근원입니다.
안 될 것을 걱정하기보다 일단 전력을 다했기에 조선일보라는 나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인턴 활동 중 청량리 청과물 시장을 취재하면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취재를 포기하고 싶을 때쯤 마지막으로 한 곳만 더 가보자는 생각으로 행한 곳에서 원하던 멘트를 들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품을 들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거나 선배께서 지시하신 과제를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모든 과정이 내공이 될 것이라 믿고 임했습니다. 비교적 빨리 언론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작년 하반기를 마친 후 '이 과정을 한 번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자기소개서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는 본지 채용 공고를 보고 밤새 자소서 한 문장을 수십 차례 바꾸기도 했습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의미 있다'는 생각은 고된 수험 생활을 잘 버텨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수습 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9개월쯤 전 작성한 인턴 활동일지와 소감문을 꺼내 봤습니다. 기자를 지망하는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자 노트북을 열었는데, 덕분에 9개월 전 간절했던 저를 돌아보며 초심을 되찾는 값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느리지만 꽤 많은 길을 걸어왔음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취준생, 특히 언론사 시험 준비생의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계속해서 자신을 의심하고, 누군가 미래를 알려주길 기도하는 날들이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매 순간 여러분이 쏟은 진심은 작게는 '성장', 크게는 '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