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 신분증을 목에 걸고 현장을 누볐던 지난 여름, “일단은 가보자” “일단은 들어보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겁 많은 대학생이던 저는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다’는 선배들의 가르침에 폭우가 쏟아지던 도림천, 폭염 경보에 어르신들이 모여있던 무더위 쉼터 등 냅다 현장을 누비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모든 취재가 기사가 되진 못했으나 조선일보 하계 인턴 경험으로 저는 ‘일단은 부딪혀보자’는 용기를 배웠습니다.
현장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에 재미를 붙여 발품을 열심히 팔았습니다. 연이은 흉기 난동 사건으로 두려움에 떠는 자영업자들이 있다는 말에 1인 매장 30군데 정도를 방문했습니다. 그중 20군데는 바로 쫓겨나기도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무서워 예약 손님이 없으면 문을 잠근다는 네일아트 숍 사장, 바로 일주일 전에 가게 내부 CCTV를 모두 새것으로 교체했다는 미용실 사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소 뻔한 메시지더라도 사람 냄새가 나도록 전하려 발품을 팔았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정말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추모 현장을 취재하던 날이 기억에 남습니다. ‘거절 당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운동장만 서성이다 추모객들에게서 첫 멘트를 따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렸습니다. 보고 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교사에게 말을 걸자 그는 10분간 저를 붙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때서야 제가 머뭇거리느라 수많은 추모객들의 진심을 놓쳤음을 깨달았습니다. 여전히 취재원에게 말을 걸기 두려울 때가 있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큰 용기를 내야겠다고 늘 다짐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사람에 대한, 사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41기 조선미디어 하계 인턴 연수 당시 본지 편집국장이 전한 말입니다. 애정을 동력으로 살아가고픈 사람으로서, 제 애정을 용기와 치열함, 끈질긴 취재로 승화해낸 조선일보 인턴 생활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애먼 곳으로 돌진할 때 옳은 길을 알려주시고 독려해주신 선배들 덕분에 부단히 성장할 수도 있었습니다. 기자를 꿈꾸는 여러분께서도 자신의 애정을 현장에서 여러 형태로 선보여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